[잠시 웃어요①] '마가장, 확찐자' 한국의 해학, 코로나19에 지지 않는다

확찐자-마가장, 코로나19로 탄생한 단어들
힘든 시간을 견디는 해학적 표현
서로에게 힘이 주는 웃음

김은정 기자 승인 2020.03.12 18:06 | 최종 수정 2020.03.13 11:42 의견 0
ⓒ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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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했다. 하지만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일상이 무너지게 둘 수는 없다.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는 확진자 숫자에 피로와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다독이며 함께 이 위기를 헤쳐나간다.

지난 1월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약 1개월 20일 경과한 현재 사람들은 두려움과 분노의 단계를 넘어 차분하게 코로나19가 사라지길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는 줄어들 듯 다시 상승했다. 몇 번이고 마음속에서 요동친 희망이라는 감정은 실망으로 돌아왔다. 특히 감염증 특별관리구역 및 전 지역에서 애쓰는 의료진, 구급대원, 군인, 자원봉사자 등을 생각하면 사그라지지 않는 바이러스가 한없이 원망스럽다.

평범한 일상을 빼앗긴 지 약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어느새 마스크 착용은 외출 필수품이 되었고, 사람이 모이는 장소는 한적하게 변했다. 신경이 바짝 곤두서 날카로워진 이 시기, 그래도 사람들은 웃음을 찾고 소중한 일상을 지켜내려 애쓰고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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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장' '확찐자' 코로나19 발생 후 생긴 새로운 단어다. 온라인 커뮤니티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두 단어는 건조해진 삶에 단비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마가장'은 '마스크 가장'이라는 뜻으로, 가족 대표로 마스크를 구하는 사람을 말한다. 지난 9일부터 시행된 마스크 5부제 이전에는 주로 온라인 쇼핑, 공영쇼핑 등을 통해 마스크를 구했다.

온라인 쇼핑은 게릴라나 지정된 시간에 마스크를 살 수 있는데, 정해진 수량에 비해 많은 사람이 몰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외출하지 않고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게릴라의 경우 한없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붙잡고 있어야 하고, 실버세대는 이용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었다.

실버세대를 위해 정부는 공용홈쇼핑 채널을 통해 전화주문으로만 마스크를 판매했다. 하지만 초반부터 전화 연결 자체가 어려웠고, 특히 노인들이 사용하는 상담원 연결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가능성이 희박했다. 이에 더해 맘카페, 블로그 등에서는 성공 후기와 함께 '꼼수' 구입 방법이 퍼지면서 '실버세대를 위한' 판매 방식은 전혀 힘을 얻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집안의 2030세대는 '마가장'이 되어 가족 모두의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쿠팡, 네이버스토어 등 여러 마스크 온라인 판매처를 시간별로 돌면서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들은 카페, 블로그, 커뮤니티, SNS 등에 마가장의 에피소드를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 소소한 재미를 주었다.

마가장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열심히 마스크를 사서 모았더니 부모님이 다른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나눠주어서 힘들다는 토로부터 블랙 마스크의 매력을 알게 된 아버지의 특별 주문이 있었다든지, 온종일 시간을 썼는데 마스크를 전혀 구하지 못한 스트레스 등 여러 일상적 이야기가 펼쳐졌다.

마스크 5부제 이후 마가장들은 한시름 놓은 모양새지만 여전히 온라인 판매처 등은 정해진 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몰려 서버가 다운되기도 한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뛰어다닌 마가장들은 코로나19와 함께 조속하게 가장직을 내려놓길 희망하고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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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찐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탄생한 단어로 '확 살이 찐 자'를 뜻한다. 바이러스 감염 예방차원에서 꼭 필요한 외출 외에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전보다 살찌게 된 것을 재미나게 표현했다.

이와 함께 '살천지' '질량관리본부' 등 확찐자 파생 단어도 만들어졌다. 이 단어들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전국적으로 이동이 줄어 운동량이 낮아졌다는 말이다. 다소 답답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재치를 발휘해 해학적으로 현재 상황을 표현한 사람들은 한시라도 빠르게 확찐자에서 벗어나 운동하고 거리를 마음껏 활보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순식간에 잃어버린 일상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은 사람들은 공감을 통해 서로에게 힘이되어 주었다. 코로나19 사태를 견뎌낼 수 있는 힘은 서로를 마주 보며 미소 짓는 웃음 속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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